인체 연구의 결정판, ‘비트루비우스 인간’으로 보는 서양문화사!

1490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원과 정사각형 안에 사내가 팔다리를 뻗고 있는 유명한 그림을 그렸다. 바로 비트루비우스 인간이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으로 ‘르네상스 정신의 총체’ ‘미술, 과학, 철학, 해부학을 한 장에 녹여낸 역작’ 등 그림에 대한 극찬은 넘쳐나지만 정작 그것이 탄생한 내막을 자세히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역사 저술가인 저자 토비 레스터는 『다 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에서 이 상징적 그림에 담긴 비밀을 풀고 미술과 사상의 역사를 솜씨 좋게 엮어내었다.

미국 유수 잡지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저자는 1300년경 그려진 세계지도의 구조가 다 빈치의 그림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비트루비우스 인간의 그림이 다빈치와 그의 시대를 보여줄 창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이에 그림의 내막을 추적해 들어간다. 책은 개인의 이야기와 집단의 이야기 두 갈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인의 이야기는 청년 다빈치의 이야기로 1490년 이 그림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룬다. 집단의 이야기는 소우주에 대한 것으로, 2000년 전 비트루비우스 인간이 하나의 관념으로 처음 등장한 뒤 다빈치와 운명적으로 마주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책의 후반부에는 비트루비우스 인간은 다 빈치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하나 제시한다. 이 그림이 갖는 대중적 힘의 상당 부분은 그림 속 남자의 얼굴에서 나온다고 말하는데, 몸보다 훨씬 세심하게, 뚜렷한 감정을 가지고 그려진 이 얼굴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골똘히 바라보는 다 빈치의 얼굴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그림 속 남자의 나이가 당시 다 빈치의 나이와 비슷하며 외모도 동시대인들이 묘사한 다 빈치의 외모와 일치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