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타운과 자연부락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종오의 시집!

하종오 시집『베드타운』. 197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신동엽창작상과 불교문예작품상을 받은 바 있는 중견 시인 하종오가 이번 시집에서는 원숙한 시선으로 현대 한국사회의 풍경을 그려내었다. 〈베드타운〉 연작 43편과 〈자연부락〉 연작 3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계층의 소박한 인물들의 삶에 집요한 시선을 던진다.

이 시집은 오늘날 도시와 농촌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베드타운과 자연부락을 오가는 시인의 시선이 교차하듯, 두 공간 사이의 사회적, 계급적, 생태적 환경이 서로 얽히면서 총체적인 상을 이룬다. 특히 현대 한국사회를 표상하는 공간인 베드타운과 자연부락이 모두 삶을 일구는 진정한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역사적으로 도시는 유토피아의 공간이었지만 오늘날 비대해진 도시는 역유토피아, 즉 디스토피아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이 끔찍한 전환을 시인은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시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베드타운과 자연부락의 경계가 뚜렷한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잔잔한 목소리로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