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경험과 뒤죽박죽의 체험으로서의 시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을 펴낸 황병승의 두 번째 시집. 2년 만에 펴내는 시인의 신작 시집으로, 40여 편의 시가 212페이지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기존의 그의 시적 공간을 설명하는 개념이었던 하위문화, 분열된 주체, 퀴어, 잔혹극, 무국적성, 텍스트들의 콜라주 등의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웅성거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인은 시적 담화의 공간을 다시 개방하고 확장한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의 방황과 반항,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기이한 동화의 세계인데, 순진한 아이들의 세계가 아닌 기성의 세계(어른의 세계)에 대항하는 도착의 세계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지어내거나 문화적인 텍스트 속에 들어 있는, 혹은 실재하는 이야기들이 콜라주 기법에 의해 뒤섞이는 시의 이미지들은 이러한 이야기의 병치에 의해 위력을 발휘하는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시집에서 풍겨나는 이 유니크한 양식과 기이한 이야기들은 결국 현실 세계 전체에 대한 거대한 비판의 아이러니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