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휘리의 가로 3m 36cm에 달하는 그림으로 제작한 아코디언북이다. 하나의 긴 흐름 속에 흩어지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그렸다. 16쪽의 아코디언 형식으로 어딘가 병풍처럼 펼쳐두거나, 책처럼 넘기며 읽을 수 있다. 여러 겹의 획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질감이 좋은 수입지를 사용했다.



휘리 작가 작업의 고유한 특징은 가로로 긴 이번 그림에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다채로운 색상과 요소, 아이들과 자연이 모든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고, 얼핏 복잡해 보이는 그림을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이야기들, 색상 속 색상이나 장면 속 장면을 만나게 된다.



유독 홀로 작은 염소라든지, 노란 점 하나가 된 반딧불이를 발견해 보자. 반복해 등장하는 사물과 동물을 통해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 선을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마다 뒷면에는 한 줄의 문장이 주석처럼 쓰여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괜찮다.



쪽마다 존재하는 주인공은 페이지라는 구분 안에서 따로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긴 그림 속에선 함께 있다. 공간과 시간, 계절이 변화하면서 장면 속 아이들은 잠시 외로워할지도 몰라도, 눈치챌 수 없는 순간마저 실은 무척 다양한 존재가 함께 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