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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냉정하고 치밀한 손익 계산법

등록일 2024.04.11 / 작성자 윤*림 / 조회수 1025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김사과, 김엄지, 김이설, 박민정, 박솔뫼 저 외 18, 2022

(작가정신 35주년 기념에세이라고 한다.)

 

심금을 울리는 제목.

이만큼? 이마아안큼?보다

...이만큼? 아니면 ...요만큼? 설마 요오오만큼? 대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걸 우리는 안다.

소설에 대한 스물세 명의 작가들의 서로 다른 생각들,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을 가볍게 훑기에 좋은 책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비교해 볼 수도 있고, 몰랐던 사실, 유용한 가르침을 배울 수도 있지만 대개 궁금한 작가들에 대한 지식을 가늘게나마 한 층 쌓고 갈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매일 쓰기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록하는 작가도 있고, 정면으로 충돌해야 할 마감 일정을 꼬부랑꼬부랑 피하면서도 끈질기게 쓰고 있다 토로하는 작가도 있다. 책 제목은 오한기 작가의 글 제목에서 떼어왔다.

 

짬이 조금이라도 나면 암살자가 타깃을 살해하기 위해 순식간에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글을 쓰는 것이다.”

(오한기 작가의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책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카드뉴스가 매력적이다.

 

<고용 불안, 노동력 저하에 시달리고……

요추 통증과 원형 탈모가 시작되고……

3억의 유혹 앞에서도 소설을 택했던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든 것’!>

 

책 제목이 심금만 울리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재미를 직감하게 만드는 힘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런 내용이겠군하고 펴서 그런 내용을 읽게 된다. 스물세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TMI 같으면서도 TMI가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책장을 넘길 때마다 궁금해지게 하는 힘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나?

결국엔 소설과 맞닿은 마음이 모든 걸 추동하는 것 같다. 책 안에 실린 글들도 대부분 이쪽으로 돌아온다. 왜 이럴까... ... 왜 이렇게 힘들까...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왜 계속 이걸 하고 있을까... 힘든 얘기를 하는 작가들은 풀이 죽어있다. 그러다 에 집중하는 순간 눈에 총기가 돌아오며 자신이 왜 이걸 계속하는지를 신나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이래서 계속 이걸 할 수밖에 없더라고!’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거 때문에 계속 이러고 삽니다.’

힘들어 죽겠어도 어떡해, 해야지.’

 

소설이 너무 좋으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문학을 좋아할 것. 무엇이 와도 그 마음을 훼손당하지 말 것. 나는 내 삶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소설이 있는 쪽으로.”

(조경란 작가의 작가의 말과 신발)

실제를 본딴 가짜 세계. 본따지도 않은 듯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펼쳐지더라도 결국엔 종이와 활자로 경면鏡面을 만들어 우리와 닿아있는 허구. 쉴 새 없이 우리를 끌어들이고, 빙의시키고, 절대적인 위치에서 방관하게 만들었다가 별안간 참여시킬 듯 달려들었다가, 결국 우리를 놔둔 채 유유히 덮여 버리는 밀당의 귀재.

우리는 소설에 우리를 담는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아니라 세상일 때가 있는데, 결국 세상 속에 우리가 있어서 소설 안에 비치는 모습들은 결코 낯설 수가 없다. 내 소설, 네 소설, 그 사람 소설, 저 사람 소설 모두를 탐구하며 주물鑄物처럼 망치질하다보면 그 세계는 현실을 아득히 초월하는 우주가 되어있다. 소설 읽기는 말도 안 되는 유랑 같다. 사람들이 차원을, 우주를 넘나들며 끝없는 이야기를 느끼러 다닌다. 즐거움과 온전함, 안전하다는 감각과 공감, 닿아있다는 느낌, 내가 다가간다는 느낌, 무엇보다 재미.

마진을 먼저 계산하는 일 없이, 번뜩 떠오른 소설의 플롯부터 신나게 써내려가게 되는 이유가 이런 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엔 마진을 이만큼 남겨야 하니, 걸어 다니는 베이컨이 나오는 SF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은 아주 적지 않을까.(아예 없을지는 잘 모르겠다.) 각각의 글들이 굉장히 짧아서 입가심하듯 읽고 덮기에 좋은 책이다. 실제로 책이 아주 가볍다!(하드커버인데도!) 무광코팅된 표지를 맨질맨질 만지고 있으면 좋아지는 기분과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게, 정말 얼마나 남을까?

진짜 궁금하지는 않은 마음으로 말이다. 버스, 지하철, 벤치에 앉아서 봄바람 쐬며 읽기에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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