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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이상한 엄마』 꿈꾸게 하는 이상함

등록일 2024.04.04 / 작성자 윤*림 / 조회수 934  

[단행본] 『이상한 엄마』 꿈꾸게 하는 이상함
 

『이상한 엄마』


백희나, 2017, 책읽는곰



감정의 소용돌이가 작업의 원점이 된 적은 별로 없어요.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시작해서 작품을 끌어낸 것이 창작의 출발이지요. 영감 같은 건 결코 찾아오지 않아요. 그냥 성실하게 해내는 것이 제 창작 원칙입니다.”

 

(백희나, <‘구름빵작가는 엄마나 아빠가 없는 친구들에게 미안했대>, 한겨레 석진희 기자, 200421 [토요판] 인터뷰 )

 

수업 자료를 찾으러 근처 도서관을 갔다. 로비에 뭔가가 전시돼 있었다.

세계 어린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한국 그림책 100

내가 아는 책이 얼마나 있을지, 또 어떤 걸 선정했을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 바로 걸음을 돌렸다. 선정된 그림책의 일부 실물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놓여 있었다. 익숙한 이름, 제목들이 보였다. 랑랑별 때때롱, 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 파도야 놀자, 고향의 봄』…

그리고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그 이름이 없는 그림책 전시는 어불성설이다. 놓인 그림책 중 몇 권이나 같은 이름이 쓰여 있었다. ‘백희나’.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이상한 엄마등등... 재밌기로 유명한 책들이지만 기실 제대로 읽은 기억은 없었다. 있어도 구름빵이 어릴 적 탁아소 역할을 하던 마트 서점에서 콧구멍을 후비면같은 책들과 함께 전시돼있는 걸 본 게 다였다고 할까. 나는 알사탕 세대는 좀 벗어난 세대여서, 작가의 그림책들을 읽으며 자랐다고 하기엔 어려움이 좀 있었다.

전시된 책들은 빨리 자신들을 펼쳐 읽으라고 닦달하고 있었다. 헤진 모서리나 흠집 난 표지, 전시장 바로 옆에 아주 편하게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가 딱 그랬다. 어린이의 손이 닿을 수 있도록 낮게 설치된 서가에서 어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 구름빵, 알사탕! ‘유명한 책에 대한 기대감, 궁금증. 그런데 정작 날 울린 건 비교적덜 들어본 그림책, 이상한 엄마였다.

개성 넘치는 조형물들과 굉장히 사실적인 빛, 정작 계속 정지되어 있었을 모습을 절묘한 한 순간처럼 포착한 장면장면은 백희나 그림책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가족과 친구, 동물, 학교 생활, 놀이 생활과 같은 관계들에 몽글몽글 둘러싸인 어린이는 각각의 작은(혹은 큰) 사건들을 부여받으며 작가의 그림책 속에 등장할 기회를 갖게 된다. 아주 어마무시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어린이-주인공들은 그 사건마다에 휘청이기도 하고, 폴짝폴짝 뛰기도 하며 찾아온 사건을 만끽한다. 쉽게 겪어볼 수 있는 상황에 아주 그럴싸하면서 말도 안 되는 비일상은 어린이를 환상으로 초대한다. 환상적인 일상이라니, 그것도 이렇게 말끔하고 간결하게 부풀었다 가라앉는, 하지만 분명한 무언가를 남기고 가는 사건이라니. 고개같은 그림책의 스토리들은 어마무시한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다. 작가의 모든 책이 그렇다.

이상한 엄마는 엄마와 둘이 사는 호호에게 우연히 찾아오게 된 이상한 엄마에 대한 그림책이다. 호호의 엄마가 할머니에게 걸려다 잘못 건 전화를 우연찮게 받았지만, 호호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상한 엄마’(정체는 알 수 없다.)는 선뜻 일하는 엄마 대신 호호를 돌봐주기 위해 찾아온다. 구름을 다스리고, 날개옷을 입고, 약간 무서운 듯도 한 화장으로 얼굴을 새하얗게 칠한 이상한 엄마.

오늘은 날 엄마라고 생각하렴.” 하며, 오늘 처음 본 호호를 아무렇지 않게 돌봐주는 이상한(수상한) 엄마!

개성적이고 특징적인, 익살스러운 캐리커쳐 같기도 한 캐릭터 디자인이건만 이렇게 다정하고 아름다워 보일 수가 있을까. 비 오는 날의 실내를 표현한 모든 이미지-빛은 또 무서울 정도로 친숙하고 포근하다. 공간과 묘사가 일으키는 익숙함 속 명백하게 낯선 비일상-생면부지의 타인. 그러나 그 낯선 사람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위로와 안정은 외출복에 양말까지 신은 채 이불을 덮고 누운 것 같은 기묘한 편안함을 만들어낸다. 불편한 듯, 안 불편한 듯, 편안한 듯, 약간 미묘하면서도 결국엔, 함께 구름 위에 누워 잠들게 되는 것 같이

피보호자에겐 즐거움을, 보호자에겐 다정한 위로와 응원을 주는 이상한그림책이다. 알사탕, 구름빵, 달샤베트 등을 다 읽어본 학우들에게, 장수탕 선녀님을 읽기 전 읽어볼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선후가 바뀌어도 괜찮다.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두 선녀님을 연달아 만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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