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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마크 A 호킨스 지음 / 서지민 옮김 / 박찬국 해제

지루함은 나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왜 주말과 공휴일을 애타게 기다리는가? 그런데 막상 주말이나 공휴일이 됐을 때 왜 아무런 약속이 없으면 허전하고 그저 빈둥거리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고 심지어 불안함을 느끼는가?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지루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지루함은 불안감을 조장한다.

지루함을 채우고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바쁘게 움직이거나 의미 없는 일에도 집중하는 척 스스로를 속인다. 우리의 무의식적인 본능과 사회적 압박은 지루함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지루함을 ‘때우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중독적이거나 스스로를 파괴하는 현상도 일어난다. 이 때문에 언뜻 지루함은 인간 파괴의 한 원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지루함이 아니라 지루함을 회피하려는 행동이 파괴를 낳는다.

지루함을 이해하라

지루함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결코 피할 수 없다면,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있다. 종일 TV 리모콘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죽이거나’, 친구라도 불러내 술을 마시거나 무의미한 잡담으로 그 시간들을 꽉 채우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지루함을 일시적으로 회피하려는 것에 불과할 뿐 진정한 인생의 만족감을 주지 못하며, 자기 스스로를 들여다볼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한다. 지루함은 인간이 본래의 자기를 마주하게 하는 아주 소중한 기회라는 것을 알아채야만 한다. 지루함은 존재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하이데거는 지루한 상태를 일컬어 ‘존재에 대한 마음씀’이라고 했다. 다른 것에 신경을 빼앗기거나 ‘존재를 망각’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개념을 설명하며 ‘여기 있음’과 ‘떠나 있음’을 비교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업무가 지루할 때 우리는 분명 매 순간 작업을 하며 존재하고 있지만 그 작업 자체를 지루해하므로 그렇게 반복된 작업을 하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떠나있는 셈이다. 일상 활동에 온 신경을 쓰고 있을 때에는 진정성 있는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반면 주의 분산 요소가 없는 지루함은 인생의 만족을 선사하는, 진짜 존재를 탐구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지루함을 활용하라: 지루함과 창의성

의미 있는 인생을 살려면 스스로를 창의적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길을 막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지루함을 회피하고 끊임없이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성향이다. 지루함은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위한 자극제라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저자는 지루함과 창의성의 관계를 ‘끈끈한 관계’로 표현한다. 창의적 발상은 참 기묘해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려고 집중에 집중을 거듭할 때에는 답이 나오지 않다가 무언가에 몰입하지 않았을 때 뜻밖에도 해결책이 떠오르곤 한다. 무엇인가를 해결하기 위해 몰입하면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지루함을 경험할 때 우리 앞에는 빈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공간이야 말로 우리가 창작을 시작할 텅 빈 캔버스이다. 지루함을 느낄 때 우리의 정신은 모든 힘과 창의성을 합쳐 다시 무엇인가에 몰입하려고 한다. 위대한 발상과 창의성의 돌파구가 되는 순간이다. 이것이 누구나 삶의 섬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에술창작기초학부 한수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