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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 Get Back (디즈니 플러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음악학부 실용음악과 오정수 교수
비틀즈 - Get Back (디즈니 플러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OTT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 플러스가 떠들썩하게 런칭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구독 버튼을 누르고 말았는데, 아직까지 디즈니 플러스는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마블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한참 동안 디즈니에서 선택장애에 시달리다 결국 유튜브로 돌아온다.
지금까지 몇 달 사용해본 디즈니 플러스는 나에겐 다큐멘터리 채널이다. 네셔널 지오그래픽의 좋은 자연 다큐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틀즈 다큐멘터리 ‘Get Back’에서 얻은 감흥이, 지금까지 디즈니 플러스에서 선택장애로 시간을 버린 억울함을 충분히 상쇄해주었기 때문이다.
1969년 1월, 비틀즈는 이제껏 발표된 적이 없는 신곡들로 채워진 공연을 준비하여 TV 쇼로 방송하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브리티시 인베이젼”으로 불리며,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던 비틀즈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현하자 미국 시장에서 배척 당하기 시작했고, 영국으로 돌아와 스튜디오 작업에만 몰두한채, 공연장에는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터였다. 그래서, 이 컴백 티비 쇼는 네 멤버가 예민하게 신경써서 준비해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미디어는 온갖 억측과 루머로 멤버들을 괴롭혔다.
게다가 비틀즈의 성공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메니져 ‘브라이언 앱스타인’이 1967년 사망하고는, 그들의 메니지먼트도 구심점 없이 흘러가고 있었고, 네 멤버간의 관계 또한 소원해져, 서로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쉽게 하기도 한다.
3주 동안 14곡의 신곡을 작업해서 촬영하기로 했던 방송은, 멤버들이 서로 싸우고, 마음이 변하고, 계획을 번복하며, 결국 당초 계획대로 실현되지 못 한다. 공연은 딜레이되어 엉뚱하게도 비틀즈의 레이블인 애플 레코드 건물 옥상에서 1969년 1월 30일에 하게 되는데, 이 공연이 바로 비틀즈의 마지막 공연으로 유명한 루프탑 공연이고, 당시 작업한 음악은 또 하나의 명작인 앨범 ‘Let it Be’가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우여곡절의 과정을 멤버들의 사적인 대화까지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Beatles의 앨범 'Let it Be'
‘반지의 제왕’을 연출한 ‘피터 잭슨’ 감독은, 60여 시간의 영상과 150여 시간의 음성 녹음을 4년간 정성스럽게 고화질로 편집하여, ‘로큰롤 역사에 죄를 짓는 것 같아, 더 이상은 줄일 수 없었다’며 총 7시간 48분짜리 3부작 다큐멘터리로 정리하였다. 생존해 있는 두 멤버, ‘폴 메카트니’와 ‘링고 스타’는 당시의 상황을 잘 나타내 준다며 결과물에 만족감을 표시했고, 비틀즈 해체에 마음의 부채를 가지고 있었던 메카트니는, 영화를 보고 마음의 짐을 좀 덜 수 있었다고 한다.
Peter Jackson 감독과 Beatles의 네 멤버
비틀즈 해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여겨졌던, 존 레넌의 여자친구 ‘오노 요코’는 이들이 합주하며 곡작업할때, 항상 남자 친구 옆에 말없이 앉아 있다. 행위 예술가이자 본인도 뮤지션이기도 한 요코는 가끔 멤버들과 함께 잼을 하기도 하는데, 메카트니는 이들이 없는 자리에서 그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존에게 ‘여자친구는 합주할때 데리고 오지마’라고 말할 순 없어요. 그건 그의 선택이니까, 우리가 방해할 순 없죠”
오노 요코와 John Lennon
비틀즈 곡들 중 많은 곡들이 레넌과 메카트니의 공동작곡으로 이루어졌다. 그 둘은 투어를 가도, 호텔방에서 함께 지내며 오랜 시간 음악적 동지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는데, 반면 우리에겐 너무 훌륭한 작곡가인 기타리스트 죠지 해리슨은 주로 혼자 곡을 썼고, 그 둘의 우정에 다소 소외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합주 중 해리슨이 “나는 ‘에릭 클랩튼’ 같은 솔로는 못해, 클랩튼은 정말 대단해” 라고 말하며 클랩튼에 대한 열등감을 표현하자, 메카트니가 설득한다. “해리슨! 비틀즈는 클랩튼을 원하는게 아니야! 우리는 죠지 해리슨의 연주를 원하는거지!”
하지만 멤버들 사이에서 상처 받은 해리슨의 마음은 풀어지지 못하고, 그는 결국 비틀즈 탈퇴를 선언하고 다음날 연습에 나타나지 않는다. 나머지 멤버들은 결국 그의 집에 가서 그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게 된다.
George Harrison의 명반 'All Thing Most Pass'
어쩌면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팝스타를 꼽는다면, 그건 “비틀즈”일 것이다. 그들의 그 아이코닉한 이미지는, 왠지 그들은 모든면이 다 완벽해서 이렇게 대단한 성공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여겨지게 된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 만나는 비틀즈 네 명은,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들과 다를게 없는 20대 청년들이다. 비틀즈가 그 큰 성공을 거두고, 밴드가 해체되는 순간에도 아직 아무도 30대가 되지 않았다.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갈등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영화로 확인할때, 우리는 영화가 전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예술가로서 공감과 위로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뿐만아니라, 시작하는 모든 젊은이에게도 유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