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도바의 원시적인 도전

등록일 2021.10.16 / 작성자 황*미 / 조회수 113  

원시 바다의 문명인 도바

 

- 알렉산데르 도바의 대서양 카약 도전기에 대해

 

 

아가타 로트-이그나치욱의 글에 바르트 워미에이 이그나치욱의 펜화가 어울린 도바의 바다는 매우 독특한 폴란드의 그래픽 노블이다.

이 작품은 카약으로 세 번이나 대서양을 건넌 한 인간의 극한 도전기이다. 자동 기계장치가 아닌 오롯이 노를 젓는 행위로만 그 막막한 대서양을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건넜다니 아문센(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탐험한 노르웨이의 탐험가 1872~1928) 이후 가장 놀라운 지구 탐사 인간 도전이 아닌가 싶다. 대서양에서 고등어 낚시를 위해 작은 보트에서 흔들렸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나에게 바다란 발 디딜 수 없는 두려움 그 자체라서 도바라는 인물은 인간의 우수 유전자의 결정체가 분명하고 이 남자의 운명을 건 도전은 휴머니즘의 절정이라 할 수밖에 없다.

도바의 첫 번째 대서양 카약 횡단은 세네갈 다카르에서 시작해 브라질 아카라우에 닿은 98일 간의 여정이었고, 두 번째 도전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출발해 미국 뉴서머나 비치에 닿은 167일 간의 여정이었다. 버뮤다에서 난관에 부딪혔으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이 도전은 다시 미국 뉴저지에서 프랑스 르콩케로의 여정으로 이어졌다. 111일 간의 항해.

세 번째 도전을 마쳤을 때 도바의 나이가 일흔 하나였다. 예순다섯에 이 과감한 시도를 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이 여정의 동력이 오롯이 그의 근육뿐이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뿐이다.

 

이 무모한 짓을 도대체 왜?

 

비행기도 있고, 유람선도 있건만. 요트 여정이라고 해도 충분히 놀랄 일인데. 책머리의 소개 글을 인용하자면, 도바는 대단히 즐거운 일이라서 반복해 노를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야생에 맨몸으로 맞서는 배짱과 과감성을 드높이 산다고 해도 도바의 여정은 터럭만큼도 내 것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아름다운 작품을 그저 꼼꼼히 살핀다. 아문센 이야기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 추운 극지방까지 굳이 왜 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면서 무엇을 확인하고자 얼어붙은 걸음을 떼었을까. 직접 보지 않는다고 남극 꼭대기가 없는 것도 아닌데. 물론 그때 내가 어리기는 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건만 무엇이 달라졌을까. 도바를 보니 아문센이 떠올랐고 어른이 되었을 뿐 나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삶의 방식에 여전히 겁쟁이임을 확인했다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첫 인상이다.

            도바의 원시적인 도전         

    도바의 원시적인 도전

 

 

그림책 모양으로 나왔으나 평범한 그림책이 아니고 아동용은 더더구나 아닌 이 책에서 도바는 유머와 지혜, 우정, 자연에 대한 이해,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자세, 21세기가 탑재한 과학적 조건을 십분 활용해 살아남았다.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 커피까지 만들어 마시고, 카약에서 떨어지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상어들과 눈도 맞추고, 지느러미로 튀어 올랐다가 잘못 떨어진 날치를 먹는가 하면 소실되는 근육을 지키고자 최소한의 공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한다. 좌표로 삼은 북극성과 남십자성 앞에서는 원시 자연인 그 자체이고 위성의 도움으로 휴대폰 문자를 보내거나 문자 수신을 위해 은행계좌의 돈을 써야 할 때는 별수 없는 문명인이다.

도바의 여정은 도바 한 사람의 무모한 도전이 아니다. 그의 꿈을 지지하는 친구와 후원자, 가족, GPS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선구자들이 있었다. 해적들의 위협과 바다의 지형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자기 앞의 삶을 자신의 근육으로 저어나갔던 이 미친 도전자로 인해 불가능을 가능케 하려는 이들이 분명 또 나올 것이다. 세상은 아마도 이토록 특별한 이들로 인해 달라질 게다.

 

   

 



첨부파일 :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