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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한마디 말로도 바뀔 수 있다 -

등록일 2021.06.16 / 작성자 황*미 / 조회수 127  

우리의 삶은 한마디 말로도 바뀔 수 있다

- 안녕, 우주

 

헌책방에서 만난 책이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라는 다소 생소한 작가의 작품인데, 두툼하게 잡히는 포만감이 우선 좋았다. 누가 넘겨보지도 않고 팔아넘긴 책인데 뒤표지 장식이 어찌나 화려한지!

 

흥미로운 구성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소설 - <워싱턴 포스트>

켈리는 어린 독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안에서 영웅을 발견할 수 있다고. - <셀프 어웨어니스>

 

이 밖에도 퍼블리셔스 위클리, 북리스트, 혼북 매거진,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커커스 리뷰의 추천사가 붙어 있고, 무려 12곳의 기관 및 저널로부터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를 얻어낸 책이다.

2018뉴베리 수상작’.

백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상은 우리 작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미국 국적자이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라야 한다는 수상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아동문학사의 획을 그은 18세기 존 뉴베리의 업적을 기려 제정된 이 상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칼데콧 상과 더불어 아동문학계의 3대 문학상 중 하나이며 뉴베리상과 뉴베리 아너상으로 나누어 매년 수상작을 가린다.

역대 수상작들이 아동문학 역사에서 고전으로 자리잡았음은 수상작 목록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나로서는 완벽히 동의할 수 없는 애매한 작품들도 있으나 그건 아마도 개인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대로 읽어보려는 건 칭찬의 지점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는 시각이 나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픈 심리도 작동한다. 한국계 미국인 린다 수 박의 사금파리 한 조각2002년 수상작으로 출간되었을 때 이 상의 정체성에 처음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 켈리는 필리핀 계 미국 작가로서 이 작품에 자신의 정체성을 녹여냈다. 조상과 연결된 정신과 전통문화 속 신화 이미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있는 미국의 현재 아이들을 그렸다는 게 특징이랄 수 있는 작품이다.

스페인 계인 발렌시아 소머싯, 일본 계인 카오리 타나카, 필리핀 계의 버질 살리나스, 미국인 쳇 불런스가 얽히고설켜 여름방학 시점에 모험 서사를 보여주는데 인물 하나의 시점에 매이지 않은 교차 서술 방식으로 전개된다. 악당 하나를 중심으로 서로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인물들이 결국 연결되는 서사의 중심에 작가가 부려놓은 테마는 분명하지만 그 몫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우연의 일치인가.

우주적 의도인가.

 

켈리의 뿌리를 염두에 두자면 작가의 테마는 우연보다 우주적인 신비감에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 원제목이 HELLO, UNIVERSE이다. 소심하고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이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가 회생하여 마음에 뒀던 여자애한테 겨우 꺼낸 한마디가 안녕이었으니 존재의 변화 지점을 작가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무겁게 받아들였는지가 역력히 드러난다.

켈리의 서사는 교차 서술 방식이 적절해 보이는데 이 선택이 독자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걸림돌인 사실도 분명하다. 인물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인물의 시점이 바뀔 때마다 이야기가 끊기는 문제가 생긴다. 사건을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한 듯한 인상도 작품의 매력을 반감 요인이라는 결론인데 아마 이 또한 개인적 독서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한마디 말로도 바뀔 수 있다 - 우리의 삶은 한마디 말로도 바뀔 수 있다 -

 

특이한 점은, 악당을 처리하는 켈리의 의식이다.

쳇의 못된 짓이 버질을 우물에 빠지게 했고, 이는 명백한 잘못인데 못된 이 행위가 피해자의 입을 통해서도 교묘한 구성으로도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물을 클라이막스로 몰아가서 문제 해결을 시원하게 끝내기보다 쳇 스스로 더이상 강자가 아니라는 현실을 깨닫는 소심한 묘사 정도로 문제를 정리하는 데서 독자는 다소 맥이 빠지거나 애매한 인상 혹은 미국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될 듯하다.

우물에 갇힌 나약한 소년을 끝장낼 수 있는 신화적 존재 와 밖을 향해 한마디라도 내질러 스스로를 구제하길 바라는 루비의 속삭임은 버질이 죽음 직전에 갈등하는 내면의 싸움이므로 작가는 독자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내면의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입체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결론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자신에게 있고, 그것을 쥘 수 자 역시 자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