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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미스트는 어떻게 네임을 만드나
브랜드 네임의 힘, 끌리는 네임 개발의 사례
'브랜드 네이밍-한눈에 끌리는 네임의 비밀', 김상률·정이찬 지음, 알에치코리아, 2020
이영렬 영상학부 교수
사람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이름을 짓고, 조직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도 이름(상호 명)을 만든다. 방송이나 영화, 연극, 사진 같은
예술작품을 창작할 때도 타이틀(이름)을 만들어 내건다. 이름은 개개인에게는 자신을 대신하는 팻말이고, 기업 같은 조직에는 외부에 내건
간판이다. 특히 기업에는 잘 지은 이름 하나가 매출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 네임을 만드는 데 큰 공을
들인다. 국내 유명 브랜드 ‘처음처럼’ ‘하이트’ ‘에버랜드’ ‘애니콜’ ‘햇반’ ‘풀무원’ ‘눈높이 수학’ ‘파리바케트’ 같은 네임은 어떤가. 이런 네임들은 이름만 들어도 무엇인가 떠오르고, 부르기 좋고, 친근하지 않은가.
옛날 사람의 몸이 100냥이라면 눈이 90냥이라는 말이 있는데, 기업에서는 마케팅이 100이라면 브랜드 네임이 70 정도라고 이야기 되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의 몸에서는 눈이 중요하고 기업 마케팅에서는 네임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잘 지은 브랜드 네임은 소비자에게 그 브랜드가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단번에 보여줄 수 있어 사업 성공의 중요한 요소이다. 브랜드라는 단어는 노르웨이 고어인 ‘brandr(낙인을 찍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앵글로색슨족이 불에 달군 인두로 자기 소유의 가축을 표시하기 위해 불도장을 찍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 각인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브랜드 네임, 로고, 디자인 등의 조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브랜드 네임은 브랜드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다.
이 책은 신규 브랜드 네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기획 단계에서 거쳐야 하는 ‘프로젝트 정의 및 목표 설정, 시장 상황 분석, 브랜드 네임 개발 전략’의 세 가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프로젝트의 정의에는, 왜 브랜드 네임을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정의하는 게 포함된다. 즉, 기존 브랜드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신규 브랜드 개발은 왜 필요한지의 배경을 정의하는 것이다. 이어 네임 개발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제시해야 하는데 이것이 목표 설정이다. 해당 산업에서 대표 브랜드가 된다든지,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인다는 등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시장 상황은 자사(Company), 경쟁사(Competitor), 소비자(Consumer)로 나눠 분석한다. 시장 상황 분석을 통해 네임 개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브랜드 네임 개발전략 단계에서는 브랜드 컨셉을 도출하는 게 핵심이다. 컨셉이란 타깃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차별적 혜택(핵심편익)이나 속성을 정의한 것. 컨셉은 소비자가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언어로 정리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통 네임은 컨셉을 압축한 것이라고도 하고, 특히 컨셉의 핵심편익을 한 두 단어로 축약 시킨 것이라고도 한다.
한 예로, CJ 즉석밥 ‘햇반’은 그 자체로 제품이 무엇이고 핵심 편익(갓 지은 밥 처럼 맛 있다)을 함축하고 있다. 다이어트 음료 팻 다운(Fatdown)은 살이 빠진다는 편익을 직설적으로 강조한 것이고, 삼성전자 휴대폰 ‘Anycall’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무선 통화가 잘 된다는 편익을 압축하여 만들었다.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의 속성이나 편익을 설명하는 네임은 제품이 무엇이지를 바로 알려주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쉽고, 광고홍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의미 중심으로 후보들을 만들어 놓고 듣기 좋고 기억하기 좋게 언어적 고려를 한다. 멀미 방지제 키미테 (귀 밑에), 마니커 (많이 커)는 언어적 수정을 한 예들이다. 웹드라마 제작업체 72초 tv는 회사 이름을 지을 때, 60초 근처의 숫자를 나열해 보다가 72라는 숫자의 발음이 좋아 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 책은 원래 2007년 처음 출간되었으며, 2020년 판은 브랜드 네이밍 관련 최신 내용과 아이디어 발상법 등을 추가한 개정 증보판이다. 현장에서 네임 개발 관련 일을 20여년 한 저자들이 이론 부분에 현장의 실 사례를 덧붙여줘 이해하기 쉽다. 실제 브랜드 네임 개발 프로세스와 네이밍 발상 기법 42가지도 포함하여 네이밍 사전 같은 성격도 띠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실 사례를 첨부했다.
이 책은 하나의 전문 직업으로서, 브랜드 네임을 개발하는 ‘네이미스트’의 사회적 위치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네이밍 관련 회사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디자인 회사와 광고회사도 네임 개발 관련 인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또 프리랜서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네이미스트들도 있다고 소개한다. 브랜드 네이미스트는 새로운 언어를 개발하는 직업이지만, 단순히 언어 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회 전반에 걸친 환경이나 트렌드, 마케팅, 심리학, 디자인 등 많은 것을 공부하여 브랜드 네이밍을 요청하는 고객(클라이언트)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미스트는 자신이 개발한 브랜드가 오래도록 살아남아 소비자에게 사랑 받기를 원하는 직업. 그래서 ‘네이미스트는 죽어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자신이 만든 브랜드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브랜드 네임이나, 예술작품의 네임(타이틀) 개발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