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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새로운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창조력
- ‘창조력 코드-인공지능은 왜 바흐의 음악을 듣는가’,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북 라이프,2020
이영렬 영상학부 교수
코로나19 해외 입국 자가 격리자를 인공지능(AI) 음성 로봇이 관리한다고 한다. 사람이 아닌 AI 로봇이, 관리대상자에게 1일 1회(2주간)
자동으로 전화해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발열, 호흡기 증상 등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는데, 관리대상자가 '이상이 있다'고 응답하면
해당 보건소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 콜센터들도 AI 챗봇을 활용하여 24시간 상담을 한지도 꽤 되었다.
AI가 예술 창작을 시도한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마이크로 소프트와 네덜란드 렘브란트 미술관이 공동 개발한 AI ‘넥스트 렘브란트’가 17 세기 빛의 화가 렘브란트 화풍의 초상화를 그려낸 것이 4년도 더 흐른 2016년 4월이다. 구글은 2019년 3월 독일 작곡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를 기념하기 위해, 자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두들’을 공개하여 누구나 바하 풍의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하였다.
우리 대학도 두어 해 전 영국의 AI 음악 스튜디오와 협업하여 AI가 작곡한 곡 2개를 교내 ‘원니스(하나 됨)’ 공연에서 사용 하였다. 지난 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갤러리에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간처럼 생긴 로봇(Ai-Da)이 그린 미술품이 1백 달러(약 11억 원)어치 넘게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면, AI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하는 창조성 영역에 침범하는 것인가. AI가 언젠가는 예술에서 감동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인 저자(마커스 드 사토이)가 도전장을 냈다. 그는 런던수학협회에서 40대 미만 수학자가 이룬 가장 뛰어난 연구에 수여하는 베릭 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수학자. 그는 이 책 '창조력 코드'를 55 편의 논문과 42권의 단행본, 20여개의 온라인 사이트 및 강좌를 참고하여 내 놓은 것.
‘인공 지능은 왜 바흐의 음악을 듣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창조력 코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조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수학, 예술, 언어 같은 분야에서 파고들어 분석하였다. 즉, 기계(컴퓨터)가 결코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 여겨지고 아직 남아 있는 인간 활동의 하나의 영역인 ‘창조력’을, 인공지능(기계)이 학습하여 발휘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 것.
이 책의 과제는 “새로운 인공 지능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그것이 우리 인간 코드(정신의 신호체계)의 경이로움과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이다. 기계가 (우리가 감동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곡을 만들거나 소설을 쓸 수 있을까?”라고 저자는 제 1장에서 밝힌다.
저자는 먼저 창조력에 대해 “새롭고, 놀라우며, 가치 있는 무언가를 내놓고자 하는 충동”이라고 정의하고, 창조력에는 ‘탐구를 통한 창조력’과 ‘동떨어진 분야를 접목할 때 일어나는 창조력’ '기존 체계를 무너뜨린 변혁적 창조력‘의 세 범주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어 창조 과정의 밑바탕에 어떤 규칙이 있어 창조력은 우리가 인정하려는 것 보다 더 알고리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제 기계 스스로 우리가 입력한 것 이상을 뽑아낼 수 있고, 점점 더 창조적으로 변해가는 새로운 알고리즘이 출현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예로 알고리즘 스스로가 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드는 메타 알고리즘을 생성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극도로 발전하면 우리를 감동하게 하는 예술속의 ‘창조력 코드’를 배워 진짜 예술과 그저 시시하고 단조로운 것의 차이를 알아차리는 일도 가능한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던진다.
저자는 알고리즘의 진화를 토대로, 인공지능이 만드는 음악, 미술, 문학, 번역, 스토리텔링의 사례들을 분석하여 창조성을 발휘하는지를 따져 본다.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 미술, 번역, 스토리텔링의 수준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면서도 아직은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거나 인간 의사소통의 미묘성에 접근하는 데는 모자란다고 평가한다. 인공지능이 창조적 지능을 가진 단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계가 독자적인 의식을 얻기 전 까지는 기계는 인간의 창조력을 확장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예술 창작의 도구 내지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을 ‘우리는 결국 교감을 원한다’로 정하고 인간의 공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고 공감할 정도로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미래에도 우리 예술의 몫과 자리는, 인공지능이 가지지 못하는, 인공지능이 발휘하지 못하는 ‘혼’ 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