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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그릇', 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창업과 조직 경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줄 고전
이나모리 가즈오 저, ‘사장의 그릇’ 한국경제신문, 양준호 옮김, 2020
-영상학부 이영렬 교수
우리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을 한다면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야 할까. 자신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의욕을 내어 적극적으로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올해 초 발간된 ‘사장의 그릇(이나모리 가즈오, 양준호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0)’은 이런 물음에 답 해 줄 고전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저자가 일본 최고 경영 아카데미‘세이와주쿠’의 사장 수업에서, 사장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본질적인 문제 16가지에 대해 즉문즐설 한 것을 정리한 것. 저자는 기업 경영의 요체는 전적으로 직원들의 의욕에 달려 있고, 직원들의 의식이 바뀌면 회사는 바뀌게 마련이라고 강조하며 그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1932~)은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쇼이치로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로 불교에 귀의한 이후에도 ‘경영의 神’이라는 찬사를 들있다. 1932년 가고시마현의 가난한 시골 집안에서 태어나 가고시마대학교 공학부를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그는,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에 28명의 종업원으로 교토세라믹주식회사(현 교세라)를 설립했다.
파인세라믹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교세라는 2005년 연매출 1조2000억 엔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세라믹 회사가 되었다. 1984년에는 거대 공룡기업이던 NTT에 맞서 다이니덴덴(현 KDDI 통신)을 설립하여 회장에 취임했으며, 2010년 일본항공이 파산하자 단 세 명의 측근만 데리고 투입되어 13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으며, 2012년 3월에는 역대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다. 그는 2013년 3월에 일본항공의 회장에서 물러나 교세라에 복귀했다.
그는 1984년 사재로 200억 엔을 털어 ‘이나모리 재단’을 설립해 교토상을 창설했는데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 씨가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다. 한국농업의 근대화를 이끈 고 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면서, 아마추어 유망주였던 박지성을 스타로 키워낸 교토퍼플상가의 구단주를 지내는 등 우리나라와도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2005년 6월28일 교세라 정기주총이 끝난 뒤 퇴임 인사말을 통해 "모교의 후진 양성을 위해 퇴직금을 모두 기부할 생각이며, 앞으로 승려 신분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설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1983년 ‘경영자로서의 가치관을 익히고 싶다’는 젊은 경영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세이와주쿠’라는 경영 아카데미를 봉사하는 마음으로 설립했다고 한다. 이후 28년 간 (2011년 말 기준) 수강생 수가 7300명을 넘었으며 일본에서 54개 미국·중국· 브라질에서 9개를 운영했다. 여기에서 수강생들이 직면한 경영 상의 문제에 대해 조언하는 ‘경영문답’을 진행했다. 이 문답을 ‘실학·경영문답 사람을 살리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고 이를 문고판으로 만들었는데, 이 책을 번역한 게 ‘사장의 그릇’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사장의 역할을 4개의 주제로 나눴다. ‘어떻게 활력 넘치는 조직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직원들의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 ‘어떻게 함께 경영할 간부를 키울 것인가’‘어떻게 리더쉽을 발휘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주제 아래 16개의 질문에 답을 하는데 1장에서 “경영자는 일류 심리학자여야 한다”“직원의 마음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영방침도 직원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만들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진정한 애정을 품고 접근한다면 모두가 경영자를 따를 것이라고 힘 주어 말한다.
3D (Difficult, Dirty, Dangerous) 업종이라 하더라도, 직원들에게 일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동기를 높힌다면 직원들이 오래도록 남아 일할 수 있다고 한다.불만을 표하는 직원에게는 그것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것을 넘어서, 꿈과 목표를 말하라고 조언한다. 직원들의 경영 마인드를 높이려면 경영자가 직원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부터 시작하고 직원의 프로의식에 호소하라고 말한다.
‘어떻게 리더쉽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리더의 자기 희생과 솔선수범을 강조한다. 직원들을 위해 사장이 고생하고 솔선수범 하고 있다면 직원들이 공감하고 직원들이 따라준다는 것이다. 회사가 아무리 장대한 비전을 직원들의 가슴에 심어준다 해도 직원들은 역시 샐러리맨이고 가능한 한 즐겁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사장이 솔선수범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10여 년 전에 일본에서 출간된 책에서 밝힌 위의 내용들이 오늘의 경영 환경에서, 오늘의 젊은 경영자들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는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 현장에서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며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조그마한 중소기업을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키운 그의 경영철학과 방침은 오늘날에도 곱씹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창업 뿐 아니라 취업을 하는 경우에도 ‘인간을 살리는 경영’을 지향하는 그의 경영관을 오늘의 시점에서 생각해 보라고 권하며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