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학부 실용음악과 오정수 교수

인디 팝 씬의 이노베이터 #2 'Sufjan Stevens'

 ‘우리 문화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모든 예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대중음악도 또한 다양성이 심히 부족한 분야인데, 멜론, 지니 등 음원 싸이트 차트에는 거의 같은 스타일의 음악만 넘쳐나고, 차트의 트렌드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는, 활동영역도 너무 좁고, 수익도 내기 어려운,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대중음악씬이 다양한 음악을 고르게 포용하고, 아티스트들도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창의적인 음악을 가지고 음악가로서의 삶을 원활히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런 마음에서 교수서평을 통해 여러분에게 다양한 음악을 많이 소개하고 싶은데, 오늘은 지난해 소개했던 ‘본 이베어’에 이어, 미국 컨템포러리 포크의 선두주자 ‘숲얀 스티븐스’의 음악을 소개하고자한다.

(인디 팝 씬의 이노베이터 #1 'Bon Iver' 링크)

http://lib.seoularts.ac.kr/Board/Detail/20190930223612895?n=proreview&p=3

 포크 음악은 우리나라 가요에서는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고, 음악적인 실험이 별로 없는 분야인데, 현재 해외의 포크 음악은 우리와 달리,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 장르이다. 북유럽의 어떤 나라에서 왔을 것 같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숲얀 스티븐스’는 미시간 출신의 미국인이다. 그의 가족은 그리스/리투아니아 혈통이었는데, 숲얀이라는 이름은 그의 부모가 종교활동을 하던 시절에 지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따온 이름이다. 어린 시절 그는 친아버지와 두번째 어머니 아래서 자랐는데, 후에 친어머니가 Lowell Brams와 다시 결혼한 시기에, 숲얀은 그들과 함께 3년을 살았다. 어머니 Carrie는 조현병으로 가정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는데, 두번째 아버지인 로웰의 등장으로, 그들의 가정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숲얀은 그 시기를 자신의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이야기한다. 아버지 로웰은 숲얀에게 음악을 알려주고,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었는데, 첫 번째 앨범 ‘A Sun Came’은 로웰이 직접 레이블을 만들어 숲얀과 함께 앨범을 발표하기도 한다.

Sufjan Stevens의 데뷔 앨범 ‘A Sun Came’

Sufjan Stevens - Rake 듣기 

https://youtu.be/wDtA8jTCyAA 

 데뷔 앨범 ‘A Sun Came’은 유럽 포크의 전통을 이어받은 ‘아팔라치안 포크’에 민속음악과 록적인 감성도 살짝 덧입혀진 좋은 앨범이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후에도, 숲얀은 성이 다른 아버지인 로웰 브람스와, 가족으로서 또는 음악적 동료로서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올해 초에는 콜라보레이션 앨범인 ‘Aporia’를 함께 발표하기도 한다.

Sufjan Stevens & Lowell Brams ‘Aporia’

Sufjan Stevens & Lowell Brams - The Runaround 뮤직 비디오 

https://youtu.be/L9lvTNwdb3U 

 이 앨범에서 그들은 그 동안 함께 했던 잼세션과 같은 트랙들을 정리해, 노래가 나오지 않는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작품을 만들었다. 이 앨범은 솔로 커리어에서 보여주었던 음악의 연장선에서는 벗어난 소품집과 같은 앨범이다.

 어머니 캐리와 아버지 로웰 가족의 행복했던 시간은 2015년 앨범 ‘Carrie & Lowell’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Sufjan Stevens ‘Carrie & Lowell’ 

Sufjan Stevens - Should Have Known Better 뮤직비디오

https://youtu.be/lJJT00wqlOo 

 어머니,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이 앨범은, 그 둘의 오래된 사진을 커버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 앨범은, 숲얀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한국 리스너들이 가장 친숙하게 들을 수 있을 법한 앨범으로 추천할 만하다. 앨범을 여는 첫번째 곡은 ‘Death with Dignity’로 ‘존엄사’를 의미한다.

 어쿠스틱한 포크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그는 2010년 앨범 ‘The Age of Adz’부터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을 접목하여, 지금의 스타일에 이르게 된다. 이 시기부터 들려주는 음악들이 그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확립하게 해주었고, 음악성과 대중성을 함께 가지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한다.

Sufjan Stevens ‘The Age of Adz’

Sufjan Stevens - Age of Adz 라이브 영상

 그의 가장 최신작은 지난 9월에 발표된 여덟번째 앨범 ‘Ascension’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잘 정리한 앨범으로, 다른 앨범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특히 이 앨범은, 한 곡 단위가 아닌, 전체 앨범 단위로, 시간을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의 서사를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Sufjan Stevens ‘The Ascension’

Sufjan Stevens - Video Game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