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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책] <죽음과 소녀 : 아리엘 도르프만 희곡선> 중 과부들

등록일 2019.11.22 / 작성자 이*성 / 조회수 467  

 <죽음과 소녀 : 아리엘 도르프만 희곡선> 중 과부들


<과부들>은 독재를 겪은 칠레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남자들이 모두 잡혀가 버린 어느 마을의 과부들에 대한 이야기다. 군부를 상징하는 대위와 중위 그리고 군인들은 강가에서 수년 전에 잡혀간 남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소피아를 위시한 과부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과부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잡혀간 남자들이 살아 있다면 바로 석방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죽었다면 시체를 내주어 장례라도 치르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군인들은 그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다.

작품 속에는 36명의 과부가 등장한다. 많은 등장인물을 변화하는 사람들과 변하지 않는 사람들로 나누어 본다. 먼저 알론쏘는 고문을 당해서 변화하게 된다. 그녀는 혼자 서있지도 못하고 매번 악몽을 꾼다. 쎄실리아는 과부들 가운데 유일하게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다. 빨리 이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으로 거짓증언 장례 후, 강가에서 남편의 환영을 계속 보는 등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강에 뛰어든다. 알렉산드라와 야니나는 남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조용히 살아간다. 그러나 결국 알렉시스가 끌려갔고, 가만히 있으면 남편을 돌려줄 것이라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 돌아온 남편은 껍데기 뿐이었다. 계곡의 여자들은 소피아가 대위에게 허락받으러 간 사이, 중위가 시체를 태워버리는 행위로 인해 분노와 허망함을 느낀다. 소피아가 남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에서 여자들이 처음으로 광기와 동요를 일으킨다.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구체적으로 떠오르게 만든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적극적인 행위이다.  

대위는 언제나 젠틀하게 과부들을 대하며 갈등 없이 공존하려고 한다. 그런 그 역시 점층적으로 변한다. 가장 광기를 보인 중위보다 더 무서워진다. 알렉시스를 고문하고 쏴 죽이고 강가 여자들에게 발포명령을 하고 학살과 폭력을 정당화 한다. 과거는 잊고 번영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한다. 더 큰 가치(번영)를 위해서는 때론 하기 싫은 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써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더 큰 가치를 위해 움직여야지.’라 말하는 그의 대사는 권력층을 표상할 뿐만아니라, 중산층인 우리 허리인 우리도 그렇게 변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변하는 사람들을 변화하게 만드는 인물들은 변하지 않는 인물이다. 소피아와 중위를 들 수 있다. 끝까지 그녀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소피아의 투쟁은 결국 과부들을 변하게 만든다. 중위는 여자들에게 남편의 시체를 절대 주지 않으려는 입장을 시종일관 지킨다. 어두운 이면에 그 역시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위에게, ‘우리는 같은편 입니다. 같은 곳에 서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은근한 협박을 하기까지 한다. , 대위 너도 이 마을에 집적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군인으로서 권력이 빌붙어 있다는 것이다.

강은 흐름. 시간. 역사. 진실이 흐르는 곳이라는 의미망을 가진다. 왜 하필 시체는 강을 타고 흘러오는가? 흐르는 시간과 역사 속에서 무엇이든 드러나게 되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부들은 강력한 투쟁이 아닌, 그저 강가에 앉아 시체를 기다리는 행위를 선택한다. 이 행위의 이면적 의미는 도도히 흐르는 강물, 진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않고 기다리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잊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상징인 것이다. 군부대가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칠레. 위대했던 문명들은 다 져버리고, 한 달 같은 시기에 4계절이 공존할 만큼 변화무쌍한 나라가 언어는 딱 2개를 사용한다.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 대항해 시대 긴 지배로 인함이다. 그 후에는 군부독재까지. 한 대륙의 언어와 역사가 사라질 만큼 독재의 역사는 아픔을 남겼다. 군부정권 아래 호의호식하며 권력을 농단했던 이들이 사회 기득권으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칠레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가 있단 말인가. 도르프만은 <과부들>을 시대나 역사적 구체성을 지우고 하나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동일한 아픔을 겪은 우리 역시 깊은 슬픔과 울림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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