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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전자책] 몸은 몸이다 - 이종산 <커스터머>
몸은 몸이다 – 이종산 <커스터머>
문예창작과 1941102 황인경
커스터머는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이다. 재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기도 하다. 과학 발전으로 인해 신체를 커스터 마이징 할 수 있는 시대에 사람들은 어떨까? 위계와 지역혐오가 없어지고 평화로울까? 아니다. 이 소설은 먼 미래 이야기지만 철저히 현실을 다루고 있다. 백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존재한다. 모래지역과 비치지역을 가르고 더 잘살고 못살고. 더 자연을 누리고 누리지 못하고를 정확히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현재 사회에서 많이 이야기 되어야 하는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공상 과학, 외모 지상주의, 그리고 젠더를 건드리고 있다.
주인공인 열 일곱 살 수니는 중성체인 안에게 사랑을 느낀다. 여느 사람이 그렇듯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든다. 안의 커스텀한 눈알과 뿔을 지긋이 응시하고 관찰한다. 독자마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외모지상주의를 다시금 이슈에 올려놓고 싶어 하는 글이라고 느꼈다. 수니가 성장해나가는 순간들을 보여주면서 수니는 점점 더 몸을 바꾸고 싶어 하는 욕구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부분이 나는 아쉽다고 생각한다. 분명 소설에는 커스텀 부작용 사례로 복제 커스텀인간이 살인을 저지르거나 스스로 장애를 선택하는 인물도 보여준다. 하지만 <커스터머> 속 인물들은 전부 몸을 자기 자신의 전부라고 여긴다. 바꾸지 않으면 마치 촌스러운 사람이 되는 듯, 모두 하나씩 커스텀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 대부분 인물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오직 ‘신체’를 통해서만 표출해낸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수니는 커다란 날개를 단 자신을 긍정적으로 본다.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일을 하면서도 접시를 깨면서까지, 수니는 날개를 마음에 들어한다. 이것을 현실로 가지고 와 보자. 우리는 낯설지 않게 대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코에 필러를 맞으면 시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코필러를 부추기는 성형외과 광고, 나중에는 음식물을 씹기 힘들어지지만 당장 예뻐진다며 윤곽수술을 찬양하는 티비 매체 프로그램.
커스터머는 SF소설답게 “만약에 몸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가상의 질문을 던질 수 있게끔 해서 좋았다. 하지만 내면적 성숙보다는 오직 외면을 더 바꾸어나가는데 집착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독자가 과연 수니에게 마음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