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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해석의 지혜, 풍수
공간 해석의 지혜 풍수
이지형(2014), 살림
현대에 와서 풍수의 의미가 퇴락해가고 있다. 특히 풍수의 본고장 아시아권에서 더 그렇다. 풍수 사상이 도시 건축 설계에 잘 반영되어 있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반면, 서구에서는 일찍이 풍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이는 서구권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번쯤 서양 사람들로부터 ‘풍수(Feung-sui)’에 대한 물음에 난감한 기억이 있거나 동네 서점에 풍수 관련 책들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는 서구적 주거 스타일의 한계를 느낄 때 즈음,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적인 풍수와 지극히 서양적인 인테리어가 결합하는 기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친환경적인 풍수의 매력이 인테리어 분야에 접목되면서 웰빙(Well-being)이라는 관점에서 풍수와 인테리어의 결합은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풍수에 대한 오해는 서구의 분석적 사고의 잣대로 보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다. 우리는 서구의 이론들도 뒤집고 뒤집혀지는 것을 보면서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데 반해, 풍수에 대한 잣대는 가혹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풍수는 말 그대로 ‘바람과 물’이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선조들은 대를 이어 축적되어온 경험적 지혜를 바탕으로 풍수의 명맥을 이어왔다. 이는 오늘날 근대문명의 짧은 시간 안에 쌓인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할 수 없이 더 오래되고 방대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서구사상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그들의 잣대를 맹신하고 우리의 것을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풍수는 인간 생존을 위한 기술에서 출발했음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장풍득수, 즉 바람은 가두고 물은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연환경에 대한 방어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매서운 바람을 막고 생명의 원천인 물을 어떻게든 취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사상이다. 복잡한 도시환경에서 배산임수, 명당, 혈 자리 등에 연연하는 풍수보다 풍경 건축(Landscape Architecture) 측면과 웰빙(Well-being) 측면에서 풍수는 유익하다. 바람을 막거나 이용하는 것은 친환경 설계의 중요한 요소이고, 물은 오늘날 길이나 도로로 비유되어 쓰여지고 있어 오늘의 쓰임에도 합리적으로 여겨진다. 이 책에소는 현대에 와서 묘 자리 같은 음택풍수보다 살아있는 사람이 사는 집에 관련된 양택풍수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즉 인테리어와의 결합이 풍수의 물고를 터 줄 열쇠라고 말한다.
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기능과 편리에 치여 자연적 안락함을 잃어버린 집의 구조를 풍수의 개념으로 보완하자는 것이다. 기능에 치중한 인테리어가 끊어놓은 기의 흐름을 되살리자는 뜻이다. 예컨대, “풍수에서 중시하는 기가 들어오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현관이기 때문에 현관을 깨끗이 비우라고 한다. 또 거실 베란다가 있어야 외부에서 실내로 급박하게 들어오는 기를 걸러줄 수 있다는 것이고, 주방의 경우,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사이를 가급적 멀리 두라고 한 것은 열효율 떄문 만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냉기와 화기가 충돌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나쁜 기운을 피하기 위해서다. 주방과 거실이 일직선으로 뚫려있는 집을 피하라고 하는 것은 주방과 거실이 꺾어짐 없이 붙어 있을 경우, 주방의 음기가 집 전체의 기운을 장악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풍수는 본질적으로 기의 흐름을 추적하고 판단하는 작업에 근거하여, 기(氣, Energy, gi)는 유입→집결→소통→재충전→유출의 경로를 거치게 마련이고, 풍수는 그 흐름을 추적한다는 것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상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풍수는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서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구성해내는 현실적 원동력이었다. 끝으로, 저자는 인간의 복을 위해 땅에 집착하는 술수적 풍수에서 벗어나 공간을 해석하는 지혜의 도구로 풍수가 거듭나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있게 들렸다. -디자인학부 박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