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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후기, 셰익스피어의 "R&J"

등록일 2018.11.05 / 작성자 이*지 / 조회수 123  

 

 

관극후기, 셰익스피어의 R&J연극 “R&J”-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연극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원작: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각색: Joe Calarco

연출: 김동연

우리말대본: 정영

음악감독: 김경육 / 기술감독: 박지영

조명디자인: 최보윤 / 음향디자인:권지휘

무대디자인:박상봉 / 의상디자인:도연

분장디자인:김민경 / 소품디자인:김혜지

안무감독:송희진 / 무술감독:서정주

무대감독:김진혁 / 조연출:장소원

주최:SBS / 기획제작:()쇼노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극작가 조 칼라르코 (Joe Calarco)가 번안하고 각색하여 미국의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생활하는 네 명의 남학생들의 놀이이며 돌출구로 소화해 낸 ‘셰익스피어의 “R&J”’는 관객에게 새로운 각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라보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규범과 윤리의식 속에 갇혀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네 명의 가톨릭고등학교 학생들은 반복되는 학습과 가톨릭윤리의 주입식 교육에 지쳐 각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탈피를 꿈꾼다. 칼라르코 (Joe Calarco) Shakespeare’s R&J”안에서 학생들은 세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사회규칙의 부조리와 사랑의 순수성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세익스피어의 언어 속에 담겨있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질문과 젊은 사랑의 아픔 속에 우리는 현대사회 속의 우리들을 보게 된다.

 

죽음, 욕망, 폭력, 배신, 살인, 자살 등 강렬한 이미지와 극단적 행동들로 가득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성장기 불확실성 속에서 확고한 의지와 행동으로 자신의 운명을 정하고 선택에 책임을 지는 청소년들이 이끌어 가는 대표적 비극이다. 보는 이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수세기 동안 많은 청소년들의 호응을 받아온 이 고전작품은 극작가 Joe Calarco에 의해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접근한다.  

 

Joe Calarco는 원작이 미화되어 무대에 올려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한번도 만족할 만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 적이 없다고 전하는 작가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위험과 십대들의 무모한 사랑과 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집어낸다.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십대들의 사랑은 위험하고 무모하다 평하면서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게는 아름답고 성스러운 사랑이라 말하는 우리들에게 보다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하는 Joe Calarco 는 네 명의 남학생들을 통해 그 격렬하고도 아름다운 셰익스피어의 언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번에 한국에서 셰익스피어의 R&J”공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많은 기대와 의구심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초연 때와는 달리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후 점차적으로 상업성을 띄며 본래의 색깔을 잃어 버려 더 이상 작가가 원했던 생생한 경험은 할 수 없다는 평을 들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과연 한국에서는 이런 숙제들 대형기획사와의 협력과정에서 풀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에서의 의구심 이었다. 무대가 커지고 자본이 들어오면서 초연 때의 작고 초라했던 극장과 가톨릭학교의 기숙사안 작은 방을 연상시키던 무대는 사라지고 넓고 황량한 무대 위에 아름다우리만큼 경직되어있는 학교를 연상시키는 책상과 의자들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빨간색의 천이 등장했다. 그 아름다움이 작품과 부합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욕구와 기성세대의 억압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그 빨간색이 상징하는 것이 젊은 십대들의 충동과 욕구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대학로에서 잘 알려진 젊은 배우들의 등장과 함께 웅장한 음악과 무대의 미장센은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십대들의 충동과 억압에 대한 저항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리만큼 공간을 에워쌌다. 실로 거대한 연극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움직임과 가톨릭성서의 구절들은 관객들을 “R&J”의 세계로 초대했다. 하지만 틀에 밖인 그림위주의 연출과 스토리와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듯한 연극적 신체표현과 언어유희 그리고 답답하리만큼 서사적인 대사전달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과 폭력성을 모두 잠식시켜 버리고 젊은 남자배우들의 혈기와 시각적 아름다움으로만 승부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이다. 미국에서 공연되었던 셰익스피어의 “R&J”에서 고스란히 카피해 어떤 의미에서의 움직임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사용된 빨간 천과 배우들의 열정이 무색하리만큼 상투적인 안무는 정말 부끄럽기까지 했다. 한국 연극의 문제점이 바로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공연이었다. 스타위주의 캐스팅, 이미지 위주의 연출과 원작의 의도와 무관하게 카피된 동작들은 시간의 흐름조차 더디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외국의 좋은 작품을 한국으로 들여와 우리 식으로 재해석하여 공연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우리연극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다. 하지만 유행과 흥행에 집착하고 있는 우리 문화 속에서 해외의 명작들은 그 참 뜻을 잃어가고 그저 문화에 목말라 있는 대중의 기대심리를 이용한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을 이해하고 주관을 가진 연출이 수장이 되어 항해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당연한 공연윤리를 깨고 흥행작을 모방하고 스스로를 연극연출가 혹은 안무가라 칭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Joe Calarco가 만들어 낸 고전의 재해석 속에 가슴 시리도록 차가운 현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직면한 기성세대들의 기계와 같은 사회구조 그리고 그 냉혹한 현실 속에 정체성을 찾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청소년들의 몸부림을 담은 셰익스피어의 “R&J”의 공연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지만 창작의 주체로써 활동하지 못하고 수동적 형상화에 유난히도 지쳐 보이던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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