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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과 저력', 프랑스 지역문화콘텐츠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지역문화콘텐츠 기획에서 정체성을 살리는 방안은 무엇일까?
최근 출간된 <프랑스의 지역문화 콘텐츠>(송희영·배은석·임동욱 지음, 북코리아 펴냄, 값 1만 8천원)는 “지역문화콘텐츠 기획은 해당 콘텐츠가 태동한 지역의 문화를 탐색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지역문화가 보유한 독특한 지역성(locality)이야말로 지역문화콘텐츠가 추구하는 창의성과 독창성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역문화콘텐츠의 생산-제작 과정에서 공간 특성, 즉 지역의 정체성이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실천적 방법론을 탐색해 온 송희영(서울예술대학교 예술경영전공 교수), 배은석(한국에코뮤지엄연구소장), 임동욱(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BK 교수) 등 3명의 연구자가 공동집필했다.
저자들은 모두 학부에서 프랑스어, 대학원(박사과정)에서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했다. 이들은 수차례에 걸쳐 프랑스 문화답사를 다녀온 결과를 토대로 공연예술과 에코뮤지엄, 송에뤼미에르(빛과 소리의 축제) 등 개인 각자의 전공은 물론 학문적 관심사와 일치하는 프랑스의 지역콘텐츠를 심도 있게 탐구했다.
제1부에서 저자 송희영은 ‘지역사 기반의 공연예술콘텐츠’로서 프랑스의 역사 야외극을 탐색한다. ‘스펙타클 이스토리크(Spectacles historiques)’라 불리는 프랑스의 역사야외극은 지역의 역사적 공간과 공연콘텐츠 양식을 융합한 창의적 문화기획 사례를 보여준다.
프랑스의 역사야외극은 인물, 역사, 전설, 설화 또는 자연경관 등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연극 · 음악 · 춤 등 다양한 공연 양식을 응용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구현해 조명, 음악, 음향, 영상 같은 첨단 무대 기술 효과를 접목한 공연콘텐츠의 한 유형을 구축하고 있다.
역사야외극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마다 채택된 이야기 소재는 다르지만, 과거 찬란했던 문명이 꽃피었거나 애달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의 문화유산 공간을 무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왕실문화가 꽃피었던 왕궁이나 성당, 그리고 지역 출신의 저명한 인물이 거주했던 고택 등 오래된 건축물이나 정원 등 옥외 공간을 무대로 활용해, 해당 장소와 연관된 이야기를 무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프랑스 여러 지역의 역사야외극은 같은 프랑스 문화권이면서도 오직 그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는 희소성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사례연구로는 루아르 계곡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구에 위치한 앙부아즈(Amboise) 왕성과 중서부 방데 데파르트망의 소도시 레제페스(Les Epesse)에 위치한 퓌뒤푸(Puy du Fou) 역사터에서 제공되는 세 종류의 역사야외극을 소개한다.
제2부에서 배은석은 프랑스의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한 사례로 에코뮤지엄을 소개했다. 프랑스는 에코뮤지엄이 태동해 용어로 정리되고 실험적 모험이 시도된 나라다.
주민주도의 지역공동체 ‘에코뮤지엄’은 ‘생태’를 의미하는 에콜로지(ecology)와 ‘박물관’을 의미하는 뮤지엄(museum)이 합쳐져 이루어진 합성어다. 이는 인간과 자연 생태, 산업을 포함한 문화유산을 모두 아울러 특정 유산지역을 뮤지엄의 범주로 지정하고, 지역 전체가 유기적으로 구성되며, 주민이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제3부에서 임동욱은 조명과 영상을 이용해 한밤의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송에뤼미에르(Son et Lumièe)의 발전 과정을 우리나라 최초로 소개한다.
우리말로 ‘빛과 소리의 축제’, 영어로 ‘사운드 앤 라이트 쇼(sound and light show)’로 번역되는 송에뤼미에르는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에 조명을 설치하거나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 장르를 가리킨다. 프랑스는 역사적인 기념물과 거대한 건축물이 많고 19세기 후반부터 전기조명 시설을 도입한 덕분에 미디어 파사드의 출발지가 될 수 있었다.
역사유적을 활용한 제1세대 송에뤼미에르는 인간과 건축물을 결합한 제2세대 타블로비방(tableau vivant),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낸 제3세대 역사야외극(spectacles historiques), 고해상도 영상투사 기술을 적용한 제4세대 프로젝션 파사드(projection façade)로 이어지고 있으며, 문화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물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프랑스의 지역문화콘텐츠 사례들이 주민들에게는 지역공동체의 단합과 자부심, 그리고 나아가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곳을 찾아오는 외부 방문객에게는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들이 속해 있는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유산 등 문화자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두고 그를 기반으로 각각 역사야외극과 에코뮤지엄, 그리고 송에뤼미에르와 같은 공간 특성에 기반을 둔 문화콘텐츠로 승화해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는 우리나라 지역의 이야기와 역사, 사람살이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지역문화콘텐츠가 왕성하게 만들어지고 널리 보급되는 데 이 책이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프랑스의 지역문화 콘텐츠> 송희영, 배은석, 임동욱 지음 | 북코리아 | 289쪽 | 18,000원
UPI뉴스 / 김들풀 기자 itnews@upi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