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검색
본문
탈 소비사회에 무엇을 디자인할까?

『물욕 없는 세계』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2017
“소비가 더 이상 행복이 아닌 시대, 어디서 행복을 찾아야 할까?”
“···프랑스 기호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그의 명저 <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에서 ‘소비가 만인의 것이 되는 순간, 소비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할지 모른다’라고 예측했다. 이제 그 예측이 적중하려고 하고 있다...” p.237
이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문장이다. 소비가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될 미래, 즉 ‘물욕이 없는 세계’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사람들의 필요를 디자인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디자인을 업(業)으로 하는 디자인 종사자들에게 위의 질문은 도전에 가깝다.

우리 일상의 생활 잡화와 생필품은 세계화 속에서 가격이 싸질 것이고(다이소, 유니클로 등) 명품은 더 고급화하며 가격을 올리지만, 사람들은 명품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판단하고 멀리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제 그들이 사는 물건이 그 사람을 대변해주는 일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반면,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만든다”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는 ‘메이커 무브먼트’의 영향으로 ‘원하는 것은 직접 만들고 교환하는 행위’가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즉 수동적인 소비에서 주체적인 소비와 생산으로의 이행을 목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욕이 사라지는 시대. 물건에 대한 욕심보다 가치와 시간, 체험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가는 요즘 사람들이 실현 불가능한 이상을 좇기보다 눈앞에 보이고 직접 만질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자본주의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현재 웹에서 움직이고 있는 물건제작의 흐름에 주목하고, 3D 프린팅의 출현 등 물건 제작의 디지털화에 따른 '생산의 민주화'를 부각하고 있다. 예컨대, 티스프링(Teespring.com)은 2011년 샌프란시스코 브라운대학에 다니던 두 명의 대학생이 시작한 사업으로써 고객이 디자인해서 올린 오리지널 티셔츠를 팔아서 수익을 내고, 판매 수익의 일정액에 대해 티셔츠를 디자인한 고객에게 돌려주는 서비스다. 지금은 연간 700만장을 판매하고 있고, 170명의 사원을 둔 연매출 3500만 달러의 회사가 되었다. 고객 중에는 디자인 로열티로 년간 10만 달러를 받는 사람도 있어 평범한 사람들이 디자이너가 되는 디자인의 민주화시대의 도래를 감히 예견할 수 있겠다. ‘작은 아이디어를 겸비한 비전’으로 성공 벤쳐가 된 '티스프링'의 예에서 ‘온라인의 민주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물욕이 없는 세계에서 행복이란 보다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개인의 사상과 마음이 담겨 있으면서 타인과도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가진 인생’이 최대의 행복이 될 것이라고 결론지으면서. 이 책을 읽고 잠시 나의 소비패턴을 한 번 뒤돌아보고, 탈 소비사회에 과연 우리는 무엇을 원할까? 생각해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