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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의 일상"
『10년 후의 일상』에 수록된 총 33편의 엽편소설(葉片小說)은 10년 뒤의 과학이 발전한 세계를 살아가는 평범한 미래의 우리 인간의 일상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융합되어 미래의 발전한 의료기술 시대이지만 누군가는 콧물 감기약이 없어 이미 상해 버린 약을 세척해 먹어야 한다거나, 여행을 떠한 가족은 자율주행자동차로 각자의 가상현실에 빠져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며 정부가 제공하는 음식 쿠폰으로 연명하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어쩌면 미래의 경험해야 할 수도 있는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가상현실은 우리의 생활 속으로 조금씩 들어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돼있는 분야이다. 이 책은 가상현실의 산업적인 면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의 생활과
일상이 가상현실과 접목됐을 때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될지에 대한 상상으로 이루어진 픽션이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 및 아티스트로서의 교육을 받는 우리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이 한번쯤 읽어보면 미래에 대한 또다른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우리 직장인들의 회사 생활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본 [0.03%]에서는 IT기술의 발전으로 효율적인 측면으로 사무실에서의 근무는 대부분 사라지고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어있다.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회사 일에 매여 있게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어느날 자신의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보여주는 스마트폰 프로그램에 ‘0.03%’란 숫자가 뜨게 되는데, 이 기여율에 따라 실적평가, 연봉,
더 나아가 해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얼마나 더 인간미가 없어진 냉혹한 현실을 생각해보게 한다.
[점심시간]에서는
직장인들이 점심 메뉴를 고민 없이 편리하기 위해 만든 ‘점심 메뉴 결정 앱’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화면에
근처 식당의 메뉴들이 흘러가는 동안, 사람들의 표정과 호흡, 눈동자의
움직임 등을 스마트폰이 수집하여 수치화해 현재 가장 원하는 메뉴를 알아서 찾아내 주는 앱이다. 그리고
이 결과를 다수결에 따라 정리하여 점심 메뉴를 정한다. 이 앱을 활용해 신입사원 민서는 짝사랑하는 선배인
성민이 좋아하는 음식이 항상 점심 메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고 그래서, 가끔 나름의 수를
써 썸을 유도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밑바닥을 흔들어 놓는다. [세 번째 눈]에 등장하는 줄리아는 연인 간에 사용하는 SNS서비스가 해킹당했을
때 유출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그녀는 소개팅에 나가 이 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한다. 소개 남성을 앞에 두고 그가 무얼 좋아하는지, 이전 연애와 현재
주변의 여자는 어떤지 검색하며 실제 그가 내뱉는 말들이 얼마나 진심과 다른지를 깨닫는다. 누군가의 진심이
몇 번의 검색만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소녀의 기도]에서 묘사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에서 시작하는지를 10년 후의 일상을 통해 고민케 한다. 모든 집 옥상에 드론 착륙장이
설치된 시대, 이웃집 소년을 짝사랑하던 한 소녀가 선물과 고백 편지를 실은 드론을 소년의 집 옥상으로
보낸다. 하지만 드론은 매번 착륙을 거부당한다. 허가받지
않은 드론으로 인한 피해가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소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드론 착륙장 해킹? 혹은 메신저를 통한 고백? 아니면 옛 이야기처럼 이웃집 초인종을 누르는 용기를 내야 할까?
이 특이한 소설집에는 신기한 동시에 평범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트렌드를 좇는 사람들은
결국 늘 쫓기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나 본질을 좇는 사람들 뒤에는 늘 사람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소설집에서 힘이 나올 수 있는 구멍은 오직 하나뿐이다. 작가가
본질을 좇기 위해 ‘잘못 뚫은 구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색창연한 유물을 발견할
수 있다. 엽편처럼 짧은 소설들이 모인 이 IT소설집은 마치
인간지능의 늪에 갇힌 인류의 일상을 클로즈업하여 가끔은 코믹하게, 가끔은 씁쓸하게, 또 가끔은 엽기적이면서도 발칙한 일상을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