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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팝 씬의 이노베이터 #1 'Bon Iver'
인디 팝 씬의 이노베이터 Bon Iver
자본주의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예술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아티스트들도 돈이 있어야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생활도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될 만한’ 스타일에 다수가 몰리는 예술의 ‘획일화’는 인간의 생존본능과 직결되는 일이다. 굳이 돈을 쫓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왕에 좋은 작품을 만들 것이면, 돈도 벌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낫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 할 것이다.
또한, 막대한 자본을 들여 음악을 만드는 메이져 음반사는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발표한 작품이 수익을 충분히 내지 못했을 때 감당해야 할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듣는 메이져 음악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예술적으로 도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미 성공했던 이력이 있는 음악과 유사한 음악만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차트에 오르는 음악들은 이런 이유들로 모두 비슷비슷한 음악만 오르게 된다.
그래서 혼자 자기 돈으로 음악을 제작하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이 메이져 기획사 보다 음악적으로 도전하는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인디 음악까지 거대 자본이 흡수해가고 있어, 그 의미는 퇴색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인디 음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참신한 음악”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예술 시장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작품임에도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대중들에게 알려질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예술을 즐기는 대중들도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예술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예술을 소비하기 원하기 때문에, 이 획일화의 악순환을 끊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나는 여러분에게 좋은 인디 아티스트를 더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다.
밴드 Bon Iver의 리더 Justin Vernon
본명 ‘저스틴 버논’인, 이 아트스트도 역시 스스로 프로듀싱할 수 있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이다. 2006년, 버논은 하고 있던 밴드가 해체되고, 사귀던 애인과도 헤어져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스스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기 원했던 그는, 추운 동네에 가서 한참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아버지의 오두막집이 있는 위스콘신에 가서 겨울을 보내게 된다. 음악 작업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악기를 많이 챙겨간 것도 아니었는데, 그 곳에서 그는 음악적인 영감을 많이 받아, 의도치 않게 여러 곡을 작업하게 되었다. 가지고 있던 장비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데모나 만들어 본다라는 생각으로 만든 그 음반은,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 새로 녹음 하지 않고 그대로 발표하게 되었고, 그 음반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두 번째 앨범인 ‘Bon Iver’로 그래미 상을 수상하게 된다.
‘For Emma, Forever Ago’
바로 그 첫 앨범 ‘For Emma, Forever Ago’ (2007)는 녹음 퀄리티가 좋지 못하다는 평도 있었으나, 그가 가지고 있던 좋지 못한/제약이 있는 녹음 환경은 오히려 저스틴 버논의 음악적 상상력을 부스트 시키는 역할을 했다. 주변의 사물을 두들겨서 타악기의 소리를 만드는 등 그의 특이한 음악적 선택은, 녹음 퀄리티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만약 그가 좋은 녹음실에 녹음을 하게 된다면 그런 예술적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Bon Iver'
첫 앨범으로 짧은 기간에 명성을 얻은 그는, 위스콘신에서 집을 하나 구입하여 녹음실 April Base를 만들었다. 그 곳에서 스스로 프로듀싱하고 녹음한 2집 앨범은 첫 앨범이 아님에도 ‘Bon Iver’ (2011) 라는, 아티스트 이름과 같은 제목으로 발표 되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본 이베어는 밴드가 되었다. 불어로 ‘좋은 겨울’이라는 이 밴드의 이름은 겨울에 시작된 그의 음악을 상징하는 것 같다. 밴드‘본 이베어’의 멤버는 사실 명확하지 않은데, 주로 함께하는 연주자는 있지만 앨범 마다 다소 유동적이다. 어쩌면 저스틴 버논 본인이 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구분하기 위한 이름이 아닌가하는 느낌도 든다. 이 앨범으로 밴드는 ‘그래미 최고 신인상’과 ‘그래미 최고 얼터너티브 밴드상’을 수상한다.
‘22, A Million’
세 번째 앨범인 ‘22, A Million’는 본 이베어의 앨범 중 가장 독특한 음반이다. 샘플링을 사용하는 방식과 목소리를 여러 번 쌓는 테크닉이 본 이베어 특유의 사운드로 자리 잡았고, 전자음악과 힙합을 포크에 잘 섞어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었다. 곡의 제목들은 모두 문자와 기호, 숫자를 섞어 특이하게 표기 되었는데, 첫 번째 트랙은 "22 (OVER S∞∞N)", 두 번째 트랙은 "10 d E A T h b R E a s T ⚄ ⚄", 세 번째 트랙은 "715 – CR∑∑KS"이다.
‘i, i’
지난 8월 30일, 그들의 네 번째 앨범 ‘i, i’가 발표되었다. 이 앨범은 스타일적으로는 그들의 포크 스타일 전작들과 실험적이었던 ‘22, A Million’ 앨범을 절충하는 느낌의 앨범인데, 지난 14년간 4장의 앨범(EP 앨범은 제외하고)을 통해 보여준 모습들을 한번 정리하고, 그 다음 앨범 또한 큰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도움닫기로 느껴지기도 한다.